Cinema

The King and the Clown (2005) 2. 평론 - 광대들의 외줄타기가 성공한 비결

이박오 2012. 3. 6. 12:22

 

 

광대들의 외줄타기가 성공한 비결, <왕의 남자> (안시환, 2006. 1. 19, 씨네21 평론)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36077

 

위의 글은 별다른 논쟁거리의 부각없이 영화를 잘 정리한 느낌을 준다.

광대와 왕의 계급적 차이를 언급한 부분과

장생으로 대변되는 광대의 죽음 충동을 끌어오는 것도 매우 좋다.

(여기서의 죽음 충동이란 쉽게 말해 우리가 느끼는 위험한 희열 같은 것으로

성공이나 안정에 굳이 반하는 위험에 자꾸만 자신을 빠뜨리게 되는 충동이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발현될 때 장생의 광대극 같은 것이 되지만)

글쓴이가 인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도식은 이러하다.

 

장생은 연산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만드는 광대의 역할에 충실하다.

반면, 공길은 연산의 거리두기를 깨뜨리게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연산에 대해서도 그를 '관객'으로 보아 쉽게 분석하는데,

그가 '고정된 실체 없이 상황에 따라' '관객의 여러 층위를 보여준'다는 분석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심리적으로 복합적이기까지 해서 형상화 하기가 쉽지 않은' 지는 잘 모르겠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은 대체로 깨끗하게 완결되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의 중점적인 논점은 역시 현실-->재현(장생패의 왕 풍자, 중신 풍자)의 관계가 그렇게 복잡하게 공명하다 보니

결국 재현-->재현(연산의 놀이를 공길이 봄 .. 그리고 글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공길의 인형극에 연산이 참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현-->현실(경극에 왕이 난입, 중신들의 인간 사냥)으로 전복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매우 탁월하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주고 있다.

 

그래서, 글의 마지막 부분인 ''모방의 모방'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과 진실' 부분의 첫 문단 같이

무리없이 이 영화가 다루는 재현과 모방에 관한 서사의 미덕들을 요점을 짚어가며 일깨워 준다.

 

단 이 평자는 공길의 실질적인 추동력인 동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으며,

그에 조응하는 연산의 금지어도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들과 더불어 처선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심도있게 다룬 글이

이미 언급한 평론 1번 글이다. 1번 글은 그런 문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통찰력을 보여준다.

나는 거의 동의하지 않는 글이지만..)

 

혹은, 어쩌면, 이 글에서는 재현과 모방을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기 때문에

동성애를 포함한, 1번 글이 건드리는, 심층으로는 파고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