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그 뒷 얘기 - 스튜디오 지브리와 곤 사토시, 그리고 등등..

이박오 2012. 2. 26. 10:45

 

 

 

 

 

귀를 기울이면의 컨트리 로드에 관한 글은 쓴 지 한참 된 것이다. 막 지브리 영화들을 다시 보기 시작하던 때에 쓰기 시작한 글이었으니, 아직 영화를 다시 보지도 않고 쓴 글인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영화는 물론 대부분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DVD (디즈니 라이센스 미국판)와 OST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이웃의 토토로(1988), 마녀의 택급편 (1989), 그리고 원령공주(1997)와 센과 치히로의 모험 (2001)까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로는 평성대합전 너구리 전쟁(폼포코, 1994)를,

그리고 콘도 요시푸미의 귀를 기울이면(1995)을 갖고 있다.

 

빠진 작품들로는 미야자키의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 붉은 돼지(1992),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벼랑의 포뇨등등 (하울 이후로는 사실상 별로 흥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다카하타의 반디의 묘(1988), 추억은 방울방울(1991), 이웃집 야마다군 (1999),

그 밖에 바다가 들린다(1993), 고양이의 보은 (2002) 등이 있는데,

이 중 TV드라마 같은 분위기의 바다가 들린다만 제외하면, 모두 한국판으로 구하려고 남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당연히 이 모든 영화들은 다 다시 보았다.

 

지브리 장편 애니메이션들을 처음 보게 된 것도 역시 학교 영화제였는데, 먼저 글에서 쓴 모든 영화들을 사실 그 때 다 본 것이었다. 그러니까, 1994년, 혹은 95년, 대학교 초년 때는 막 일본 문화가 개방되어서 영화제에서 일본 영화들을 많이 상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브리 영화들은 아예 모아서 상영했었고, 벚꽃 정원 (벚꽃 동산) 같은 영화를 볼 때, 지금 생각해 보니 '철남'(테츠오, 1989) 같은 무시무시한 컬트 영화를 같이 봤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철남은 지금도 몇몇 장면이 기억나긴 하지만 (카메라가 막 달려가면서 주인공이 기계로 덮여가는 장면 같은 것), 대체로 어렴풋하다) 그 밖에는 '나쁜 피' 나 '저수지의 개들', 그리고 '풀메탈 자켓'이나 그 밖에 큐브릭 영화들도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런걸 보면 대학 영화제도 나중에 꽤 양식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때는 참 잘 잤다 - 가령 '나쁜 피'.. 지금 봐도 잘것 같은 영화다)

 

그래서, 그 때 사실은 지브리의 중요한 작품들을 다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원령공주 이전) 지브리 스튜디오도 몰랐고, 작품들도 훨씬 더 많이 있으려니 생각했던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작품들은 정말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명작들이고 (심지어 시리즈 물의 하나에 불과했던 루팡 3세도 그는 명작으로 만들었다), 붉은 돼지에 나오는 노래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호텔 아드리아노의 지나가 불렀던  Le Temps de cerises 였다. 다카하타의 작품들에 관한 나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반디의 묘에 등장하는 갈리 쿠르치의 음반에 관해서는 더 이상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굳이 갈리 쿠르치 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 않은가 라고 지금도 생각은 한다. 추억은 방울방울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노래는 베티 미들러의 '로즈' 였고, 너구리 전쟁과 함께 모두 OST도 구할 수가 있었다. 이 영화의 디즈니 버전은 아직도 나오질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미국 사람들에게 가장 다가가기 힘든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디즈니의 발매 지연 이유로는 아동이 보기에 부적절한 대사들이 있어서 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노골적으로 어떤 메시지들을 담으려고 노력하는데, 대체로 요새 느끼기에는 왠지 구식인 것들 일색인지라 특히나 반감을 사기 쉬울 것도 같다. (가령 추억은 방울방울의 눈에 띄는 메시지는 농촌 총각 살리기 - (고향을 떠난) 도시 처녀들이여 (내 고향) 농촌 총각들에게 관심 좀..  뭐 이런 것이다. 너구리 전쟁 역시, 자연 보호) 하지만, 작품들의 아름다운 지점들은 전혀 그런 메시지들에 있지않고, 그가 현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끌어오는 놀라운 창작의 방식과 재능에 있다. 그 점을 본다면 그의 작품들이 심지어 미야자키의 그 어느 명작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나중에 알게 된 바, 콘도 요시푸미는 귀를 기울이면을 완성한 얼마 후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지브리의 계승자가 될 뻔 했던 사람이라 모두들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귀를 기울이면 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고, 더욱이 망가 원작이 존재하기 때문에 콘도 감독의 창작물이라고 볼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 여러 버전으로 등장하는 컨트리 로드 중 원래 올렸던 음악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따라 흐르는 합창 버전인데, 동영상으로는 전혀 찾을 수가 없다. (혹시 기회가 되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엔딩 크레딧을 자세히 보시길 바란다. 사람들이 다 목이 잘리는 고어물이지만, 재미있게도, 영화의 뒷얘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냥 합주 버전이 들어간 동영상을 올려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v=Qu0AtizxWpg&feature=related

 

이 영상은 좀 긴데, 나름대로 꽤 친절하게 정성껏 만들었으며, 소개되는 아니메 영화들 역시 최고의 영화들이라 그냥 올려본다.

 

나는 먼저 글에서 재패니메이션이 현실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었다. 단지, 2000년대 초반까지 눈에 띄는 (장편) 재패니메이션의 대부분이 SF 스타일이어서 그랬을 뿐, 재패니메이션의 세계는 방대하고, 현실에 관한 언급을 하는 작품들도 물론 많다. (물론, 아니메의 장르 특성상 대부분 학원물 쪽이지만)

 

 

 

 

곤 사토시 같은 경우가 바로 지브리 이후 가장 뛰어난 재패니메이션을 연출해낸 감독으로, 그가 감독한 퍼펙트 블루(1998), 천년여우(밀레니엄 액트리스(2001), 동경대부(2003), 파프리카(2006) 모두가 장르와 주제, 기술적인 면에서 모두 혁신적이며, 현실과 맞대응하는 최고의 걸작들이며, 그는 미야자키 이후, 그리고 미야자키를 뛰어넘은, 가장 뛰어난 감독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가 사망했다니.. 이 소식을 나는 이 동영상을 통해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늦었지만, 애도를 보낸다.)

 

호소다 마모루의 경우,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는 분명히 근래 등장한 가장 뛰어난 아니메 작품이고, 그의 세심한 묘사력은 훌륭하지만 (1인제작자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와 비슷한 스타일), 후속작인 썸머 워즈 (2009)의 경우 몇가지 문제점이 눈에 띌 뿐만 아니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이야기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기대해 볼만한 감독이다.

 

그 밖에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할만한 거장들로는 역시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 인랑, 패트레이버 등등)와 안노 히데야키(나디아, 에반게리온 등등) 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상에서 소개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확실히 장르 지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르 매니아가 아닌 이상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재패니메이션은 방대하다. 가령, 지금 이 동영상에서 소개되는 마지막 작품을 나는 들어본적도 없는데, 그런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근데 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부분부분은 왠지 고양이의 보은과 심하게 비슷하다. 하긴, 일본의 유명한 동화인 너구리 레스토랑 같은 작품만 보아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니까, 두 작품이 서로를 베낀다기 보다는 그러한 정서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지도 모르겠다) (오.. 디비디도 있네..)

 

동영상의 마지막에 갑자기 중국 노래가 나오는 건 좀 웃기지만, 그래도 만든이의 정성과 안목을 생각하면, 이런 건 문제도 아니다..

동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명장 린 타로 감독이 아니메의 시조 테츠카 오사무 원작을 나름 성실하게 옮긴 메트로폴리스(2001)의 한 장면이다.

귀를 기울이면이 간단한 내용이라고 소개한 것은 좀 아쉽지만 (뭐 사실 상대적으로 간단하긴 하다) 역시 문제도 아니니까..

 

 

 

*

먼저 글에서 각주로 달아놓은 오타쿠 분석은 지금 보아선 딱히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깊이있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으며,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 역시 아직 유효하다.

 

++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의외로 귀를 기울이면의 트레일러에 합창 버전이 있어서, 그것을 먼저 글에 같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