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쇼의 이 켄메리 모델은 예전에도 똑같은 빨간색으로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개체가 도색트러블이 있는 듯 합니다.
다시 구한 요놈도 후드와 사이드에 부분부분 자잘한 트러블이 보이는 군요.
하지만, 재현도 하나는 정말 대단하지요. 옆모습에서 하판 쪽 배기관 표현도 좋구요,
휀더와 도어를 타고 연결되다가 리어 휀더에서 삼각형으로 분리되는 바디 하단부의 각잡힌 주름은
C10 에서 시작되어 R 30 스카이라인 GT-ES 터보 모델까지 연결되는 전통입니다.
C110 모델은 현대 포니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실은 미국의 머슬-포니카였던 닷지 챌린저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스딸~을 컨셉으로 만든 차거든요. 그래서 크기도 하코스카나 동시대 다른 일본 차들보다 훨씬 큽니다.
하지만, 뒷부분의 동그랗고 임팩트 넘치는 테일램프 구성은 독자적인 것입니다.
이 전통은, 아시다시피, GT-R 이 스카이라인에서 분리될 때까지도 계속 유지되지요.
뒷쪽 재현도 99 프로 정도의 사실성을 지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옆모습입니다. 깡통휠이라고 하나요? 휀더의 스커트와 더불어 임팩트 있는 모습을 완성하는군요.
이 정도면 모델의 외형은 아쉬울 것이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교쇼 켄메리 GT-R 은 오프닝에서 그 진가가 더욱 많이 드러나는 모델입니다.
C110 시리즈는 역대 스카이라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외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GT-R 은 내부를 들여다 보면 화려함 보다는 거친 느낌이 큰데,
교쇼 모델이 이런 느낌을 무척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한 느낌의 검정 원톤 내부에 철판으로 기계 느낌을 살린 대쉬보드 , 페달류와 후드 오픈 버튼 묘사가 돋보이고요,
스티어링 휠의 가운데에는 보이지 않지만, 스카이라인의 S 자가 써 있습니다.
도어 안쪽의 안내철판까지 세밀하게 재현해 주었습니다.
풀 오픈 샷입니다. 커다란 후드 속의 엔진 설비들이 멋지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2000cc 160 마력의 S20 직렬 6기통 엔진이 꽉 차 있고, 에어필터와 액체 용기들이 세밀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쪽에서 찍어 보았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앞 쪽에는 헤드라이트의 소켓과 전선까지 재현되어 있습니다.
반대편.. 에어필터 옆에 있는 것은 디스트리뷰터 인가요???
본넷 후드 아래쪽의 자잘한 스티커 재현...
트렁크 속을 채우고 있는 스패어 타이어입니다 ~ 아무래도 GT-R 이다 보니 커버 따위는 개나 준 모양..
트렁크 쪽 배선도 재현이 잘 되어 있군요.
뭔 내용인지 알수 없는 트렁크 후드 밑 스티커도 재현되어 있습니다. 이거 크게 찍으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안되더군요..
C110 은 서구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린스 스카이라인 S54 쿠페부터 시작해서 닛산 C10 을 거쳐 무려 R30 스카이라인까지 디자인했으며, R31 스카이라인의 디자인에도 관여했던 스카이라인 시리즈의 아버지 사쿠라이 신이치로가 디자인하고 개발책임까지 맡았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스카이라인들 중에서 유독 C110 만이 아메리칸 포니카 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크기도 상대적으로 큰데, 사쿠라이 로서는 그만큼 야심찬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GT-R 모델만 제외하고는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구요. 켄메리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한 이유는, 모두 아시겠지만, 당시 자국내에서 엄청 힛트한 광고 컨셉 때문이지요. 지금도 훗카이도 인가 어디에는 광고(75년)에 배경으로 등장해서 유명해진 켄메리 무슨 나무도 있다고 하지요~ 1972-75 년까지니까 엄청 오래 지속된 광고 시리즈입니다. 바로 켄또 메리노 아이노 스카이라인 ~ㅋ
등장하는 모델들은 초기의 2000 GTX 쿠페, 그리고 중반에 2000 GTL 세단,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2000 GTS 스페셜 버전 입니다.
GT-R 보다 그릴 모양 같은 것이 더 럭셔리해 보이며, 75년 럭셔리 모델은 헤드라이트 프레임 모양이 마치 시보레 쉐빌 같아 보이기도 하지요.
모델은 초대 켄 으로 러시아계 일본인 지미 진나이(Jimmy Jinnai) 가, 그리고 재일 미국인이었던 다이언 크리 (Diane Krey) 가 메리를 맡았으며,
74년 이후로는 혼혈 일본인 모델들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 모델로 뽑힐 당시 진나이가 중학생(?!) 이었고 크리는 고등학생 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진나이는 일본어 밖에 못하는 일본 사람이었고, 크리는 비행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잠깐 주재해서 외국인학교에 다니던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서로 말이 통하지도 않았다고 하지요. 두 사람 다 나이가 어려서 운전 면허도 딸 수 없었다고 하고요. 둘 다 취미처럼 모델로 데뷔해서 곧바로 스카이라인 CF 팀에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이 광고가 대박 히트를 침으로써 일본 내 초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지만, 당시 일본인도 아니었던 크리 같은 경우 거의 불법취업에 가까웠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1974년 지미 진나이가 그만 오토바이 사고로 어린 나이에 요절하고 맙니다. 마침 비행기 조종사였던 아버지가 자국인 선발에 밀려 회사에서 파면된 크리도 지미의 사고에 대한 충격과 다른 계획의 부재로 인해 그대로 미국으로 귀국함으로써 원조 켄과 메리의 광고 시리즈는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2011 년까지 이 모든 것들은 역사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C110 스카이라인은 일본에서는 오래된 구형 차량으로 역사 속으로 밀려났고, 미국에서는 반대로 C110 GT-R 이 전설 속의 성배처럼 숭배되기 시작했고요. 특히, 90 년대 말부터 랜서, 임프레자 등 WRC 랠리카의 선전과 인피니티 같은 브랜드에 대한 각광으로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닛산 GT-R 에 대한 열망도 같이 극에 달했고, 심지어 공립 고등학교 마다 한 두 명씩은 꼭꼭 있는 닛뽕카덕들이 전설의 스카이라인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던 한 과학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기에 이르죠. '어머 세상에, 니들이 어떻게 그런걸 다 아니? 그런데 말이얌, 그거 알아? 내가 바로 그 메리였어~ㅋ'
2011 년 한 고등학생이 닛뽕카덕 사이트에 자기 과학 선생님이 바로 원조 메리, 다이앤 크리(-웨슬리, Diane Krey-Wesley)라는 소식을 올리고, 곧바로 JDM (국내(미국) 닛뽕카 마켓) 사이트에 다이앤 크리-웨슬리 본인이 접속해서 놀라는 팬들에게 댓글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2012 년 초에는 올드카 잡지에서 공식 인터뷰도 실리게 되었고, 그해 가을 일본 클래식 카 페스티발에는 직접 등장해서 팬서비스를 하기에 이릅니다.
*사진 출처 - japanesenostalgiccar.com
뭐, 흐르는 세월을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아직도 무척 아름다우시죠~^^? 파트너였던 진나이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충격이 너무나 컸고, 모델 쪽으로 전업을 하려는 진지한 의도는 사실 없었다고 하는 군요. 어쨌건, 미국으로 올 때, 닛산 CF 팀원들은 그녀에게 절대로 알려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몰래몰래 켄메리 스카이라인 광고의 조그만 원본필름 릴을 주었다고 합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과학교사로 일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녀는 미국 귀국 즉시 아무도 몰라보는 일반인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타국에서 유명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좋았던 한 때의 추억으로 곱게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사실 닛뽕카덕도, 그냥 카 덕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2012년,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세계의 스카이라인 팬들은 모두 무언가 사라졌던 것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 그 한 조각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더 이상 박제된 과거가 아닌 채로, 현실의 시간 속으로 당당히 걸어나온, 그렇게 즐거운 기쁨의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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