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디오만 들으면서 다녔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시디를 돌렸다. SM 은 멀티플 시디플레이어가 있어서 무척 좋음~
하스킬과 안다, 그리고 알체오 갈리에라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1955년 EMI 음반은 역사적인 명반으로 남아 있다.
이미 대학교 때 레퍼런스 시리즈로 복각되었으며, 대학원 때 도시바 EMI 의 디지털 복각음반을 구했으니 그 동안 샀던 동일 시디만 세 장이 넘는 듯..
심지어 도시바 EMI 는 울림이 무척 좋아서 호로비츠의 스카를랏티와 함께 음질체크용으로 가지고 다닐 정도 였다.
안타깝게도 밑의 유투브는 도시바 EMI 의 놀라운 울림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약간 지직대며 납작한 오케스트라 반주의 잔향 위에서도
하스킬과 안다의 건반은 아직도 생생하게 튀어오르는 느낌이다~
모짜르트 교향곡 3악장은 원래 시디의 협주파트 마지막 트랙으로, 전형적인, 밝고 가벼운, 그러나 완성형의 모짜르트이다. 물론, 앞의 1악장이
나름 대규모에 진지한 구도를 갖고 있다지만, 이 곡은 원래 시련을 통한 삶의 깊이를 통찰하기 시작한 천재 모짜르트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서 사랑하는 누나와 함께 치기 위해 작곡한 곡인만큼, 단순함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고,
거기에 두 대의 피아노라는 독주 악기의 특성에 의거, 팔레트 위로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같은 다채로운 맛이 있다.
그래서인지, 두 대의 피아노가 들려주는, 졸졸 흐르며 화려하게 튀기는 듯한 가벼운 트레몰로의 연타와 2 주제가 주는 긴장감,
그런 것들이 모두, 경쟁자들의 대결 보다는,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화처럼 애정이 넘치는 느낌이랄까..
간결하면서도 화려하지만, 그렇다고 들뜨지는 않는, 뭔가 안정감과 깊은 즐거움 만이 넘치는,
그런 따뜻함이 느껴지는 곡, 그리고 연주이다.
그에 비해 음반의 1번 트랙인 바흐의 두대의 클라비어를 위한 협주곡 1악장은 자기만의 구조에 더 충실한, 멜로디가 아닌 작곡법을 통해
구성되는 곡 같은 단단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원래 클라비어 곡도 아니었지만, 바흐가 제자들의 연습을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쨌건 간에 음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듯한 긴 호흡의 구성이 무척 긴장감 넘친다. 곡의 시작과 함께
바로 등장하는 장엄한 1주제는 마치 팡파레 같이 웅장하게 시작하면서 끊이지 않고 계속 멜로디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척 길고
큰 느낌의 파사드를 형성한다. 바흐는, 두 대의 피아노(독주 악기) 라는 특성을, 계속해서 그 커다란 파사드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멜로디의 잔가지, 또는 지류들로 분화하는 형식으로 이용하면서 곡의 흐름을 구성해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시작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악장을 끝맺음한다.
게자 안다, 클라라 하스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 음반 녹음 당시 막 떠오르는 스타와도 같았던 게자 안다와, 반대로, 몇 번의 삶의 위기를 넘기면서 짧은 마지막 전성기를 쉬지않고
전진해나갔던 클라라 하스킬. 후기 낭만주의의 훈련을 받은 하스킬과 신음악으로 무장했던 안다는 모짜르트로 접점을 찾았으며, 바흐로
기본을 다지는 느낌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막상 이 음반에서, 두 사람의 차이점과 개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
두 사람이 동일하게 긴장감있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사실 두 사람의 이 협주곡들 연주 모두 2 악장의 아름다운 안단테가 가장 유명하다!),
그리고, 마지막 3 악장의 재기넘치는 템포변화까지, 마치 네 개의 손을 가진 한 사람의 대가처럼 한 몸이 된 듯 연주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의 마지막 즈음, 아르튀르 그뤼미오와의 연주를 통해 실내악의 역사를 쓸 하스킬은 훗날 모짜르트 협주곡의 역사를 쓰게 될 게자 안다와의 협연에서
이미 고전적인 듀오의 일체감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고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가벼우면서도 충실하게, 건반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마치 물방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듯, 무심한듯 세심하게 연주하는
안다와 하스킬의 연주는 3악장만 독립 버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현대적인, 그러나, 이미 충분히 대가인 안드라스 쉬프와 피터 제르킨 (루돌프 제르킨의 아들..이시죠~) 의 연주로
대신해 봅니다~
시작 부분 부터, 그 미묘한 터치와 리듬의 변주, 다채로운 색상, 가볍고 사뿐거리는 듯한 해석,
바삭바삭하면서도 사그락 거리는 듯, 거침없이 잘라내는 연주의 톤!
마치 모던 프랑스에서 온 듯 한, 너무나도 다른 연주입니다~.
물론, 너무나도 멋진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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