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최정례 여자는 빨래를 넌다 삶아 빨았지만 그다지 하얗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햇빛이 동쪽 창에서 서쪽 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자는 서쪽으로 옮겨 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살게 될 줄은 몰랐지 서쪽 창의 햇빛도 곧 빠져나갈 것이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봄이 있었다 어떤 시는 오래 공들여도 거기서 거기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데 화를 낼 수도 없다 어쨌든 네가 입게 된 옷이야 벗어버릴 수는 없잖아 예의를 지켜 얼어붙었던 것들은 녹으면서 엉겨 매달렸던 것들을 놓아버린다 놓아버려야 하는 것들을 붙잡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이따위 말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형이 다니는 피아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