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비틀의 아버지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의 아들이자 포르셰 오스트리아 법인의 설립자였던 페리 포르셰. 그가 세운 회사인 포르셰의 첫 번째 양산차량이었던 356 쿠페와 카브리올레는 흔히 A,B,C 타입으로 구분이 되지요.
하지만 보다 정확히 하자면 A 이전의 pre A 라고 불리우는 오리지널 개체들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그문드 Gmund 에서 생산되어 흔히 그문드 라고 불리우는 최초 50 여기의 레이싱 알루미늄 차체들 , 그리고 독일 주펜하우젠으로 옮겨와서 리이터 Reutter 사에 발주해 만들어진 최초의 철제 차체들..
그문드 차량들이 1948년부터, 리이터가 1950년부터 제작되었는데, 공식적인 A타입 356 의 생산은 1955년부터이니 리이터 철제 바디의 오리지널 356 들도 최소 100 여기 이상 생산되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1953년 까레라 판아메리카나 멕시코 출전 차량도 이 리이터 제조 철제 356 pre A 바디 입니다.
안녕하세요~ 수퍼차저 매니아 페리 포르셰가 '비틀에 슈퍼엔진을 얹는다면.. '이라는 발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던 356 은 A,B,C 타입을 거치면서 꾸준히, 끊임없이 개량된 차량이며, 1960년대 중반의 마지막 C 타입들은 초기 911 과 동일한 여러 퍼포먼스 스펙들을 가질 뿐만아니라 외형마저도 911 과 비슷해지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할만한 사실은, 레이싱카, 페리 포르셰가 포르셰 라는 브랜드의 방점을 찍고자 했던, 그 경량 소형 슈퍼엔진 스포츠카 로서의 356 은 오히려 생산 초기 pre A 시대에 더욱 성공적이었다는 점입니다.
훗날의 B,C 타입에 비하면 날렵함도, 매끈함도 많이 부족해보이는, 뭉툭하고 둥글둥글한 이 오리지널 356 들은 50 년대 최강의 경기였던 밀레 밀리아 같은 곳에서, 그리고 전통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등에서 이미 클래스 우승을 거머쥐었지요. 하긴 그문드 1호 차량이 바로 인스브룩의 레이싱 경기에서 우승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리고 리이터 356 중 가장 유명한 재클린 에반스 의 에바 페론 356 이 작년에 드디어 솔리도에서 출시되었지요.
요녀석은 비록 우승은 커녕 구간 시간 초과로 순위권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중도 탈락해버린 개체이지만, 드라이버인 재클린 에반스와 후드의 에바 페론 초상화 때문에 두고두고 인기를 얻게 된듯 합니다.
그런데 막상 솔리도 출시 버전에서는 문제가 좀 보이지요.
밑에는 실차량의 사진들입니다~
딱 보아도 앞 범퍼 양사이드의 보조가드와 운전석측 사이드미러가 생략된 것을 알 수 있지요~ 덧붙여 실차는 뒷쪽 범퍼에도 사이드가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차의 번호판도 달라보이는데 이거는 경기 시작 때에 솔리도 모델같이 노란 경기용 번호판을 달 거였으니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보다 그냥 정말 아쉬운 것은 휠캡이 분리된 바퀴재현이지요.. 실차에서는 옴폭 들어가야할 가운데 부분이 모형에서는 양각화.. 이게 뭐하자는건지..ㅠ
356 레이싱 차량으로는 워낙 유명한 개체이다보니, 이 차량의 현 상태, 소재파악 이나 복제품 제작 시도도 꾸준히 있어왔지요.
해외 자동차 포럼에 의하면 멕시코 쪽에 실차가 존재한다던가 복제품이 완성되었다는 루머도 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개인 애호가의 복제품 제작 시도도 있었는데요,
막상 인터넷에서 진짜로 핫한 녀석은 2017년 프랑스의 아뜰리에 540 이라는 업체에서 복제한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2018년 레트로모빌 전시회에도 출품되었고 올드카 경기에도 종종 출전중이지요.
그리고 물론, 이 녀석이 바로 솔리도 모형의 시발점입니다.
사이드가드가 없는 모습과 독특한 노란 헤드라이트는 이 복제품의
모형화에 대한 솔리도의 오마주 같은 느낌이지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솔리도가 이 복제차량을 정확하게 모형화 한거는 또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후드의 가죽 스트랩들이나 뒷쪽 엔진 후드의 세로 그릴 양 옆으로 다섯 줄씩 가로로 나 있는 에어벤트는 실제 차량에 없었는데, 솔리도 모형 역시 생략해 버렸네요~
그리고 실차는 V자로 꺾여있는 윈드쉴드의 가운데에 창틀이 없는 통유리인데 반해 아뜰리에540 차량은 창틀로 두개로 분리되어 있지요. 솔리도 모델은 역시 실차처럼 가운데 분리 창틀이 없는 통짜 윈드쉴드를 재현하고 있으며, 550처럼 하나로 모아진 배기파이프 역시 복제품만의 특징으로, 솔리도 모델은 두 개의 이그조스트를 제대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요거는 왠만한 고수들도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BBR 18스케일 레진 모형입니다. 이게 워낙 조금 만들어진 초 레어템이라 시장에서 찾아보기는 불가능하지요. 어쨌든, 실차 베이스의 이 모형은 역시 앞뒤 사이드 가드 생략에 휠 도색 오류, 그리고 리어 범퍼 생략에 테일라이트 모양도 다르군요.
제가 아는 선에서 가드를 살린 모델은 43스케일의 TSM 이 있고, 18스케일로는 부라고 356을 베이스로 커스텀하는 지오디 라는 업체 제품도 간혹 보였는데.. 이건 부라고 베이스라서 패쓰..
다시 밑에는 실차 사진입니다. 아뜰리에540 복제품과 솔리도 모형은 후드의 페론 초상화에 비슷하게 음영이 충분히 들어간 데 비해 실차 후드의 초상화는 사실 희끄무레한게 조금은 공포심마저 유발할만한 엉성함을 보여주지요.
두 번째 사진의 반대쪽 창에 보이는 어린 아이 머리는 차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안쪽을 구경하는 모습이죠.. 라고 했는데 자세히보니 안에 타고 있네요..ㅋㅋㅋㄷㄷㄷ...
그리고, 사실 솔리도 모형에는 제가 언급하지 않은 외관상의 오류가 하나 더 있는데 혹시 찾으셨나요?ㅋ
어쨌든, 실차와 아뜰리에540 복제품의 또다른 큰 차이점은 바로 실내 인테리어 입니다. 우선 실차는 대쉬보드가 어두운 색에 스티어링 휠은 흰색이지요.
반면 복제품은 대쉬가 흰색에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는 흰색, 핸들부분은 오히려 어두운 가죽색입니다.
또 복제품은 특이하게도 실내에 연두색 천과 가죽으로 마감이 되어 있고, 레이싱 참가를 염두에 두고 롤 바를 설치해두었지요.
실차는 1953년 인만큼 롤바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솔리도 모형에도 없어요.
하나 더 언급하자면, 복제품의 프론트 보닛 밑, 연료통에는 원래 차량의 드라이버였던 재클린 에반스의 그림이 있는데요, 그 위 보닛에는 에바 페론의 초상화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뜻깊지요. 기념 차량의 기념 차량 이랄까나요..
그리고 실차의 도어, 재클린 에반스 라는 이름 위에는 piloto라는 스페인어가 쓰여있었는데, 요 작은 글씨는 복제품이고 모형이고 재현된 바가 없습니다.
뒤쪽 범퍼 사이드 바 보이시죠? 아직 후륜 휠캡도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준비중인 상태에서 찍은 사진인듯 한데요, 후륜 펜더 위에 '세상의 모든 딸들을 대표하여 en Representacion de las mujeres del mundo' 라는 어구가 아직 쓰여지지 않았네요. 이탈리아의 유명한 43 스케일 저가 다이캐스트 제조사인 브룸에서도 이 차량을 만들었섰는데 하필이면 이 사진을 보고 만들었는지 똑같이 뒷쪽 문구가 빠져 있어서 무척 허탈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클린 에반스는 53년 대회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54년 판아메리카나 대회에 다시 참가하지요. 이때 사용했던 차량 역시 356 이라서 동일차량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사실 이거는 우루과이의 호아킨 델 카스텔료 소유의 또 다른 356 pre A 입니다. 에바 페론 과는 여러가지 다른 점이 보이지요. 이 차량은 1953년 대회에서는 은색 199번으로 소유주인 델 카스텔료 데 푸에르타 본인이 몰고 출전했으나 역시 중도 탈락했었습니다.
어쨌거나 100번 넘버에 금발 염색도 없이 훨씬 수수한 모습으로 참가했던 그녀..
이번에도 시간초과로 중도 탈락 하고 맙니다..
포르셰 356 쿠페 버전의 18스케일 다이캐스트 모델로는 부라고 외에도 썬스타에서 오래 전부터 멋진 모델을 출시한 바 있고, 슈코에서는 밀레 밀리아 레이싱 버전과 스트릿 버전을 출시했었고, 마지막으로 오토아트에서 유명한 페르디난트 버전을 몇 년 전에 발매한 바가 있지요. (최근 BBR 에서 a형이, 테크노모델에서 그문드 쿠페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런 레진 모형들까지는 따로 정리를 못했습니다~)
솔리도에서는 이번에 은색 스트릿 버전과 요 에비타 버전을 내주었는데, 가능하다면 다른 판아메리카나 버전들이나 르망 버전 같은 것도 내주었으면 싶어지네요~
그만큼,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척 좋은 모델이며, 또 장난감같은 가벼움도 있어서 부담이 되지도 않습니다.
음각을 양각으로 표현해버린 휠과 다소 프라삘이 있는 타이어가 무척 거슬릴 수도 있기는 한데 조향까지 되다보니 역시 그래도 다이캐스트 라는 느낌도 있구요~
데칼 상태도 좋습니다. 한쪽에만 있는 리이터 스투트가르트 의 마크도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네요. 리이터는 계속 포르셰 협력업체로 있다가 60년대 초반에 합병되는데, 이 때 시트 만드는 부서만 따로 독립해서 세운 회사가 바로 그 유명한 레카로 RECARO 입니다.
혹시 아까 제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던 실차와의 차이점은 보이셨나요?
뭐 어쨌든, 저 노랑 헤드라이트.. 정말 이쁘게 잘 뽑아 주었습니다~^^
사이드 도어만 오픈되는 대신 안쪽열림으로 화끈하게!
정면 샷이 제대로 나오네요~!
아뜰리에540 복제차량과 동일한 시트재현이 산뜻합니다.
도어 안감도 역시 연초록으로 해서 산뜻해 보이지요.
손잡이류도 단순하니 사실 그대로 입니다~ ㅋ
거의 직각으로 열리는 시원한 도어 표현.. 만약 여기에 트렁크
와 엔진후드 오픈까지 되었다면, 바퀴 표현만 빼고 진짜 오토아트 안부러울 뻔 했지요.
실내는 역시 솔리도 답게, 밝은 색의 대쉬보드는 제대로 깔끔하고 정확하게 묘사해주었으며, 그 밑에 시커머니 잘 안보이는 부분은 페달류 표현 빼고는 아무것도 없네요~ㅋㅋ
근데 좀 이상한게 저 스티어링 휠 스포크가 왜 세개가 아니죠?
그 또한 고증에 따른 것이지요. 리이터 pre A 들과 초기 A 타입들의 특징입니다. 아뜰리에540 의 복제품은 일반 레이싱 핸들을 쓰다보니 포르셰 마크가 없는 3 스포크 휠이지만요.
반대쪽에서 본 모습입니다. 저 글로브 박스 옆의 조그만 네모는 작은 수납함 또는 재떨이 이고 밑에는 시거 잭도 있죠.
가장 궁금하실 네비게이션 같이 생긴 가운데 부분은
위성 티비 입니다.
네?
라디오에요.
저건 화면이 아니고 스피커..ㅋㅋㅋ
실차도 저렇게 보입니다.
이것도 pre A 타입의 특징.
밑바닥.. ㅎㅎ
ㅎ 탁본떴니?
역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테일램프 같은 경우 아뜰리에 540 의 복제품과 동일한데, 정확히 보이는 실차 사진을 아직 본 적이 없어서.. BBR 과 TSM 모델의 경우에는 두개의 원형 라이트가 아니라 하나의 타원형 라이트를 재현해 주고 있습니다.
밑바닥에 두 개의 돌출된 나사체결파트는 솔리도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
그래도 사진으로 보나 실제로 보나 뒷쪽 디테일은 무척 잘 만든 티가 납니다. 물론 오토아트에 비빌 급은 아니지만요, 분명 레진모델이 부러운 수준은 아니지요. 이그조스트 팁도 준수하고요.
두번의 중도 탈락이라는 폭망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재클린 에반스는 당시 멕시코에서는 유명했었지요.
그 이유는 세가지.
1. 에바 페론을 기념한 바로 이 차량이 매우 화제가 되었고
2. 카레라 판아메리카나 대회의 (거의) 유일한 여성 드라이버였으며
3. 그녀는 또한 멕시코에서는 잘 알려진 티비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카레라 판아메리카나에 출전했던 것은 53,54년 만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태생 배우로 활동하던 중 멕시코에 눌러앉으며 한동안 멕시코 영화의 그링가 Gringa (백인 여성) 역할을 도맡았던 에반스는 멕시코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던 1950년 부터 이 대회에 계속 출전한 것이지요.
뭐 항상 순위권 밖이었으니 큰 의미 없다?
전혀 아닙니다. 이 대회의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대회 또한 밀레 밀리아와 더불어 당시 가장 위험한 대회중 하나였고, 선수들은 구티에레즈에서 멕시코 시티, 치와와를 거쳐 후아레즈까지 각각 평균 250 마일에 육박하는 여덟 아홉개의 스테이지들을 5일 동안 말 그대로 질주하며 내달렸지요.
게다가 에반스가 에바 페론 차량에 써놓은 또 다른 문구, 세상의 모든 딸들을 대표하여.. 는 멕시코에서 그녀가 가졌던 주장들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카레라 판아메리카의 역사에서 그녀는 쿨하고 멋지며 자존감 넘치는 여성 드라이버였음이 분명하지요.
그렇다면, 자궁암으로 1952년 사망했던, 역시 배우 출신의 아르헨티나의 영부인, 에바 페론과의 관계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안면이 있었을 가능성도 꽤 높지요.
어떤 심정으로 그랬든간에 에바 페론 서거에 맞추어 추모 기념 차량을 몰고 나타난 화려한 금발 레이서의 포르셰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것이 이 두 여성의 삶에 강력한 접점을 만들어 준 것도 사실입니다.
1950년대만 해도 멕시코도 아르헨티나도 우리가 아는 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국가들이었지요. 애시당초, 카레라 판아메리카나 대회도 후아레즈 치와와에서 엘 파소를 거쳐 엘 오코탈에 이르는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의 완공을 기념하는 상업적 목적이 큰 국가 사업의 일환이었고, 당시 남미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에서 장군출신의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이 표방했던 페론주의 Peronism 또한 빈부격차가 엄청났던 아르헨티나의 경제지표를 정부의 억압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으로 넓게펼쳐 중산층을 늘린다는 목표를 위해 에바 페론이라는 아이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제중점의 정책이었거든요.
우리가 잘 아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ㅡ 팀 라이스 의 인기 뮤지컬 에비타 EVITA 는 그렇게 잘 포장되어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영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신격화된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서구의 시선에서 풍자하듯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종종 체 게바라 로 연출되기도 하는 내레이터 '체' 의 시점으로 보는 하층민의 서사와 주인공 에바 (에비타 는 '작은 에바' 라는 뜻을 가진 에바 페론의 애칭이었지요) 가 굶주린 시골 소녀에서 배우로, 또 쿠데타의 주역인 장군과 자선 파티에서 눈이 맞아 결혼하면서 영부인까지 되는 극적인 서사가 맞물리는 이 작품에서, 체가 보는 에비타는 갖가지 국가적 자선 사업을 통해 돈세탁을 하고 부를 축적하는 군사 정권의 도구로 쓰이면서도, 개인적 욕망에 충실하며, 중하층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선의의 위선자로 나타납니다.
압도적인 농업생산량을 자랑했던 아르헨티나는 대농장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빈부의 격차가 극심했는데, 자기 자신도 빈민가 출신이었던 에바 페론은 선동가에 가까운 열렬한 웅변의 재능으로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내며 갖가지 자선 모금운동을 일으키고 남편 후안 페론 역시 막강한 대지주들의 힘과 자금을 빼앗기 위해 부의 분배 사업을 강력하게 지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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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론주의의 강력한 힘은 국가가 지원하는 전국민에 대한 교육, 의료 보장과 강력한 빈민구제 정책으로 인한 중하층의 지지에서 나오는데, 1차적으로는 대부호들의 재산과 권력을 빼앗으려는 목표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 자선 모금의 형식이 심지어 빈민 노동자들의 급여까지 뺏어가는 역효과도 있었고, 현대 정치에서 이러한 모금 사업은 가장 유용한 돈세탁 방식인데, 당시 군부독재의 아르헨티나 정부 또한 투명한 재정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어리고 천한 여배우와 장군의 염문으로 시작된 에비타의 신화는 서구에서는 당시에도 경멸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에바 페론은 공식 석상과 외교에서 자신의 고귀함을 강조하기위해 노력했고, 우아한 연출과 신앙심의 강조로 남미에서는 '성스러운 에비타'로 많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페론 정권 역시 군경을 동원한 정치적 탄압이 극심했다고도 하지요.
뮤지컬 에비타에서는 성녀 에비타와 창녀의 위선을 교묘하게 섞어서 보여주는데, 결국 에바와 체가 거의 동시에 죽음을 향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냅니다. (그래도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뮤지컬이 철저하게 외면당했다고 합니다.)
또한, 뮤지컬에서는 에바 페론 뿐만 아니라 남편인 후안 페론 역시 선의의 독재자.. 정도로 묘사되고, 정권의 부정적인 모습은 그 하수인들의 모습으로만 자행되는데, 실제 페론 대통령 부부와 그들의 페론주의 역시 단순한 정치적 약탈의 수단으로서 국민의 등골을 뽑아먹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최면이나 셀프 패션으로써 중산층 확대와 빈민구제를 향한 실질적이고 신실한(?) 방편이었는지 에대한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페론주의는 현재까지도 계승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중요 국가정책의 하나라고 합니다. 하지만, 군부독재의 한계와 의혹때문에 후안 페론은 실각과 (부인들의) 복권의 연속을 겪게되고, 쿠데타 연발 속의 우왕좌왕 속에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파탄을 향하게 되는데, 그 중요한 원흉 중 하나 역시 빈민에게 퍼주기만하는 선심성 정책이 난무하는 페론주의라고 하니..
심지어, 에바 페론이 독재자 후안 페론을 위해 이용당했다는 평가도 많고, 실제로 그녀가 암 진단을 받은 1950년 이후 후안 페론은 에비타를 부통령으로 추대하는가 하면, 정적들에 의해 그것이 좌절되자, 다시 국민들의 '영적 지도자'로 추대하기도 하는데, 결국 1952년 33세라는 이른 나이에 에비타가 서거한 이후 후안 페론은 정적들에 의해 축출되어 망명길에 오르고..
부패방지를 위해 미라화된 성녀 에바 페론의 시신은 영면하지 못한채 신군부에 의해 훼손되고 잡지의 선정적 기사의 소재로 소비되며 음침한 네크로필리아의 소재거리가 되기도 하는 등, 갖은 수난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평가들은 아직도 혼란 속에 놓여 있지요. 당시 페론 정권이 실각한 실질적 이유는 정부의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아니라, 반대로 군부 내부의 갈등과 페론주의에 대한 기득권의 거북함 때문이었다는 측면도 크고, 실제로 이후 신군부의 여러 정책들과 결정들이 아르헨티나를 결정적으로 위기에 빠뜨리게 됩니다.
에바 페론의 폭발적인 인기와 성녀/창녀 라는 이분법적 선망과 성적대상화에 힘입어 후안 페론의 정권과 페론주의가 성공한 것도 사실이지만, 사회운동가로 서거할때까지 에바 페론이 보인 지치지 않는 열정이 오늘날까지 지도적인 아르헨티나의 여성 정치인들에게 롤모델과 존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것 또한 사실이지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은 성녀/창녀의 이분법을 놀랍도록 명징하게 보여주는 이 전설적인 여성의 일대기를 다루다보니, 동시에 의도하는 남미의 낙후한 군부독재에 대한 서구적 관점에서의 정치적 풍자가 다소 순화된 감이 있는데, 어쩌면 실제 역사와 현재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는 결국 열정적인 정치인이 가진 일말의 진심이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여담으로, 알란 파커 감독은 위대한 MV 더 월 (Pink Floyd), 그리고 위재한 락 소울 영화 더 커밋먼트 의 감독 이기도 하지요~!
다시 한번 솔리도 다이캐스트 모델의 베이스가 된 에바 페론 356 의 1953년 실차와 2017년 복제품 입니다~
그러니까 훗날 뮤지컬 에비타의 나라가 될 영국에서 혈혈단신으로 멕시코까지 날아와 홀로 커리어를 쌓고 또 여성 드라이버로 대회에 출전한 금발 미녀 재클린 에반스가 남성으로 가득한 보수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남미의 정치적 아이콘 에비타를 기념하는 차량을 타고 나타난 것은 단순히 개인적 친분이나 선망에 의한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도 무척 크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딸들을 대표해서,' 그녀는 경기에 출전해서 쿨하게 즐기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시선을 그대로 느끼면서 맞받아쳤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남성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렸으며
짧지만 열정적으로 꿈을 펼쳤고
당시에는 호기심과 선정적인 눈요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훗날 역사 속에서 이렇게 기념작들로 사랑받는 대상들이 되었습니다.
아뜰리에540 의 까레라 판아메리카나 복제품은 에비타의 초상화 밑에 재클린 에반스의 초상화를 숨기고 있는 이중의 서사를 지닌 양피지와도 같은 차량이 되었고,
원본과 복제본을 골고루 취사선택하며 모델화한 솔리도는 후드가 봉인된 이 모형으로써 그 양피지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 끌어안은 비밀스런 역사의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엔진도 없다보니 봉인했다는 환시를 일으킬 뿐, 실상은 텅빈 더미 일수도 있지만...)
그리고 지금도 그 비밀을 봉인한 채, 오랫동안 기대해왔던 저의 카레라 판아메리카나 컬렉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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