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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에서 이야기되지 않은 이 노래의 또 하나의 주제, 그것은 죄책감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죄책감의 원리를 다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노래가 '신비'인 이유는 그것이 유지하고 있는 그 애매모호성에 있다. 잘못한 것은 서방님인가 아니면 소녀인가? 누가 노여워 하며 누가 죄책감을 느끼는가? 일차적으로 우리는 소녀의 잘못이며 소녀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첫번째 후렴에서 이미 '처음부터 잘못택했던 그대의 잘못인걸요' 라고 말(변명)하는 소녀는 2 절과 세번째 후렴구로 가면서 더 교묘하게 그 지점을 흐리고 있어서 결국엔 사실상 누가 잘못했느냐, 혹은 노래가 어떤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어떤 구조, 기다리다 보면 만날 지도 모르는 어떤 날에 대한 염원, 혹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떤 대상에 대한, 어떤 '그런 날'을 향하는 환타지가 더 중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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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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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작사 이규호
작곡 이규호
노래 이소은
잊어요 괜한 걱정마요 예전에 내가 말했잖아요
그대 가는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지켜줘요 괜한 욕심말아요 언제나 내가 말하잖아요
여기 그대 눈 멀게한 소녀의 고운 미소
그리 영원하진 않아요
서방님 내 서방님 용서하세요
허락하려 할수록 소녀는 우스워질테니
노여워말아요 견뎌내야죠
처음부터 잘못 택했었던 그대의 잘못인거죠
미워요 괜한 투정이죠 사실 내맘도 병들어가고 있죠
늘 그대 볼수있게 이대로 눈을 감고
달이 되어 살고싶어요
서방님 내 서방님 알아주세요
정든님 넓은 가슴 멍들게 할 주제 못되니
노여워않아요 견뎌내야죠
처음부터 떨치지 못했던 소녀의 잘못인거죠
우리의 잘못인거죠
서방님 내 서방님 용서하세요 (언제라도 그대뿐이에요)
무엇이 또 그 누가 잘못이 있을지라도
(다시 산다해도 그댈..)
노여워말아요 기다려야죠 (그댈 기다려요)
처음부터 사랑해도 좋은 그런 날이 오겠죠
가벼이 본다면 이 노래의 가사는 도망가는 소녀의 변명을 담고 있지만, 속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노여워 하지 말고 견뎌내야 하는, 허락하면 할 수록 우스워지는 그 무엇, 그 거리감과 그 공간감, 인내와 내성의 시간, 그 환상의 장소에 이 소녀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서방님'의 환상의 대화가 숨어 있다. 생각해보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환상은 언제나 수많은 모순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잊어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지켜달라고 하는 것, 혹은 반대로, 도망가면서 잊지 말라 하는 것, 그리워 하면서 도망가는 것, 그리고, 만날 수 없음에도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
이 모순은 닳고 닳은 연인들의 변명일 뿐만 아니라, 닳은 만큼의 진리이며, 설령 진리가 아니라 해도 바로 거기서 파생되는 다른 진리를 구성하는 진리의 역명제적 실제 내용이 된다. 이것을 가리켜 연인의 근본적인 비겁함이며 나약함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 유지되느냐 마느냐, 실제로 헤어지느냐 마느냐, 즉, 어떻게 이루고 성취하느냐, 라는 식의 실질적인 '연애'의 관점과는 무관하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되는 한, 두 연인이 어떤 만족스런 관계 하에 있어도, 이러한 모순적 요구들이나 그런 요구를 향한 욕망들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게임의 방식일까?)
그리고, 기억할만한 연애시나 노래들에서, 이 이상하게 애매모호하며 도저히 해소될 수 없는 불만족스러운 신비감은, 혹은 그런 불만족스러움이 은밀하게 충족시켜주는 우리의 내밀한 즐거움이나 만족감은, 언제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신비하게 반복된다. 그러니까, 변명처럼 들리는 비겁한 소녀의 목소리는 바로 서방님이 듣고자 하는 목소리인지도 모르며, 서방님의 목소리가 개입될 수 없는 소녀의 환상 또한 그러한 것 - 즉, 노여워하면서도 소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서방님의 모순 - 만을 듣고자 하는, 그러한 병적인 환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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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때 서방님의 병적인 성향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일차적으로 서방님의 목소리는 다름아닌 소녀에 의해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만약 아니라면, 이 노래가 소녀만의 독백이 아니라 서방님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볼 수도 있다. 많은 연애시들은 그러한 재구성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만약 소녀와 서방님이 어떤 피치 못할 사정 (계급적 차이 - '서방님' 이라는 단어는 벌써 계급적인 위계를 도입시킨다)으로 헤어진다면? 사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어 헤어지는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그 이전에 그 장벽을 넘어서 불붙은 신비스러운 사랑의 시작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들은 그러한 사랑을 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잘못"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수많은 사랑 이야기 중에는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지만, 대부분 다름아닌 그 장벽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까, 장벽이란 우리의 환상 속에서 애초에 없었어야 좋은 장애물이라기 보다는 장벽으로써 필히 존재해야 할 구성요소인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이렇게 거대하거나 초인적인 견인을 요구하는 것일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단지 어떤 장벽이 필요하다는 것, 아주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그래서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연인이라도 피할 수 없는 상대방의 견딜 수 없는 타자성을 살짝 드러내서 그것을 감내하고 견딜 수 있게 하는 그 어떤 것이라면..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가까웠던 그가, 그녀가 너무나도 차가운 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것, 그것으로 족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이나 완벽한 관계 속에는 완벽한 합일의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 또한 이러한 타자성이 없다면 생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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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사랑은 물거품같이 가벼워져서 실체없이 떠돌다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사랑은 언제나 또 그 이상이다. 일견 비겁하게 들리는 연인들의 사탕발림에 실망한 이론가들은 세속이니 환타지니 하고 떠들어 대지만, 사랑은 언제나 그 이상이며 또 그 이하이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언제나 기나긴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가벼운 마음의 바람이 아니라 운명적인 그 무엇이라고 우리가 믿는 순간 그것은 미래를 기약하며, 미래가 없는 경우 내세를, 또는 업보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미래, 혹은 다른 어느 무엇이라도,는 언제나 시간의 준엄한 심판을 받으며, 거기서 사랑이 외면적으로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두 사람의 현재 감정은 어떠한가 혹은 둘이 결혼은 했는가 따위의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의 밀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단단한 외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실재이건 환상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거기에 언제나 나 아닌 어떤 대상인 그 또는 그녀,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은 그 대상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상의 측면에서는 사랑은 언제나 단 하나, 단 하나라는 숫자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단 하나의 사랑. 내 인생의 단 하나. 배반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의 비밀상자. 그래서 속세의 사랑은 언제나 병적이며 집착적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단 하나를 단 둘, 혹은 단 셋, 단 넷,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비록 한 때 다른 누군가들을 여러 명 사랑했다 하더라도, 언젠가 어딘가 보다 진정하고, 보다 운명적인, 진정 진정한 '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어쨌건, 진지하게 사랑을 한다면 지금 이 사람이 바로 그 단 하나라고 가정을 하고 있거나 그런 척이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이는 연애나 결혼 같은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종교적으로건, 소명의식으로건, 혹은 인류애를 통해서라도 이 '하나'에 대한 욕망을 승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더이상 그럴 수마저 없을 때 우리는 다시 '나만의'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별한 연인들은 종종 환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꿈같이 유치했던 첫사랑의 몽롱한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사랑은 그런 기만적인 변명들로 지워질 수 없고, 그래서 언제나 병적이며 언제나 삶을 불완전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현재형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의 환상인 동시에 환멸이며 실체가 아닌 실체이며, 타자인 나를 병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타자인 자아'이다 (물론 이러한 타자인 자아를 통해 외부의 타자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혹은 거의 없다. 만약 진정으로 탈아하여 그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종교인이 아닐까?) 이 타자인 자아는 진정한 외부의 타자로 나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대신 병적인 나의 빈 자리, 나의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나를 불완전하게 만든다. 환상 속에서라면 서방님은 소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며, 실재에서라면, 그는 그녀의 불만족스러운,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더 환상적일지도 모르는 어떤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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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는 이런 관계 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을 보면 알겠지만, 생각해도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 뭐 가령 연애박사가 된다든가..크흐흑..)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그, 혹은 그녀의 모습과 일상, 환상, 미래, 과거, 등등이며, 그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관계가 다른 사회적인 관계에서 얻기 힘든 집착적인 어떤 핵심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당신이 한 사람만 사랑하든, 백 명을 사랑하든, 동일한 것이다. 그 이상한 누군가에 대한 집착이 사랑에 대한 특이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속세의 '밀고 당기는' 관계이다. 만화책을 보고 공상에 빠진 소녀마저도, 단지 자신만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어떤 시련의 퀘스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소은 - 매우 웃기는 서방님 뮤직 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Q--QOXFfxrA
이소은 - 웃기다기 보다도 이해가 잘 안되는 그렇다고 보기 좋은 것도 아닌 오래오래 뮤직 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_5D3hFXC9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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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 참 맘에 안들어.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다시 써야징..
*** 오래오래
나 기다릴께요 오래오래
* 우연히 마주치면 아는 체는 하지 않기로 해요
어색한 목소리로 인사하긴 너무 싫어요
어떻게 지내냐고 좀 말랐다고 위해주지 말아요
그렇게 약하지도 외롭지도 않으니까요
나 없이 그대 어떨런지
조금은 행복하겠지
아직도 너란 남잘 생각해 걱정해
** 비오는 저녁 시간 술에 취해 전화하지 말아요
그렇게 어설프게 시작하긴 너무 싫어요
시간이 지났다고 변했다고 주저하지 말아요
언제나 그댈 향한 내 사랑은 씩씩하니깐
나 없이 그대 괜찮을지
그래도 힘이 들겠지
조금은 서둘어서 돌아와 주겠니
널 기다리면서 나 살아가는게
나쁘진 않을꺼야 오래오래
망설이지 말아요 난 기다려요
주저하지 말아요
언제나 그댈 향한 내 사랑은 씩씩하니까
서방님과는 전혀 다른 가사..
이것은 일방적인 환상에 근거한다. 가령 헤어졌어도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니깐, 근본적으로 이 노래의 화자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반대로 그녀만의 '환상'일 수도 있다. 또, 당연히, 두 사람 모두의 "환상"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나열하며 일견 '씩씩하게' 튕기는 분위기를 주지만, 사실은 그런 '망설임'을 말라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돌아오라고 당기는 가사가 참 일편단심. 이렇게 겉다르고 속다른 가사를 쓰다니~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 뭐드라.. 뭐 '그런 여자가 좋드라' 카던 그런 노래도 생각나네..
참.. 꿈도 커서 부끄런 줄도 모르고 막 나열도 하던 그런 '솔직한' 사람들이 득세하던 그런 좋은 시절이었지..
(네.. 반어법입니다. )
** 이소은, 뮤직 비디오가 안티라니 ㅡ.,ㅡ
서방님 뮤직 비디오는 일단 북조선서 온 줄 알았고 ㅡ..ㅡ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왕자님이 말 '인형'을 타고 등장하다니!
그래도, 만화방 소녀의 상상이라는 점은 좋았당~
마지막에 서방님의 싱글싱글한 웃음이 매력~ㅋ
오래오래는 .. 이건 뭐냐.. 감도 안 잡히는구나.. ㅡ,,ㅡ;;;
누가 만들었는지 참 대단한 상상력이란 느낌이 ..
* 밑에는 오래오래의 원곡 라이브 공연
http://www.youtube.com/watch?v=DivuueetV18
나는 원래 진짜 아일랜드 쪽 노래인 줄 알고 있었는데, 홍콩 가수의 노래였구낭~
1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게 좀 그릏지만, 이런 분위기는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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