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Robin Hood of Locksley Pt. IV (Ct. 13-15)

이박오 2013. 7. 6. 23:58

 

13. 참한 엘렌

 

참한 엘렌의 결혼식 날, 그녀가 로서데일의 교회에서 스티븐 경과 결혼하는 날이 되었다.

‘스티븐 경은 늙은 기사라네.’데일의 알란이 말했다. '참한 엘렌의 아비는 스티븐 경에게 200 파운드를 빚졌네. 스티븐 경은 엘렌과 결혼하면 빚 정도는 잊어버리겠다고 약속했다네.’

‘우리는 결혼식에 가야한다네.’로빈도 말했다. ‘로서데일의 교회에 갈거라네.’

그렇게 로빈과 작은 존, 데일의 알란과 턱 수도사 모두 결혼식에 갔다. 로빈은 음유시인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붉은 색과 노랑색이 섞인 웃옷에 모자엔 깃털을 꼽았다. 다른 사람들이 네 사람을 따라 갔다.

로빈과 사람들이 로서데일 계곡에 도착해서 교회 근처에서 기다리는데 곧 길을 따라 여섯 사람이 말을 타고 왔다. 한 사람은 참한 엘렌과 결혼할 스티븐 경으로 뚱뚱한 늙은 기사였고, 옆에는 히어포드의 주교(the Bishop of Hereford)와 네 명의 기사가 따르고 있었다.

‘잠깐, 주교각하!’로빈이 그들에게 말했다. ‘저는 음유시인이라네. 결혼식이 끝나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네.’

‘그럼 자네가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들어 볼까?’주교가 답했다.

‘아니라네, 각하, 그럴 순 없다네. 나는 신부만을 위해 연주한다네.’ 로빈이 말했다.

‘이런 괘씸한 놈,’ 주교가 말했다. ‘혼인식이 끝나면 그 무례함을 채찍으로 다스려 주겠다.’

‘비켜서시오.’갑자기 스티븐 경이 말했다. ‘신부가 오고 있소.’

참한 엘렌이 아버지와 함께 교회 쪽으로 말을 타고 오고 있었다. 검고 긴 머리의 참한 엘렌은 매우 젊고 아름다웠다.

‘어떻게 당신같이 늙어빠진 기사가 참한 엘렌같이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와 결혼하려는 걸까나.’ 로빈이 물었다.

‘이 무례한 시인 놈은 누구지요?’스티븐 경이 주교를 향하면서 물었다. ‘감히 나에게 이딴 식으로 말하다니!’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 칼을 빼 들었다. 로빈도 혁대에서 나팔을 빼 세 번 불었다. 갑자기 18 명의 범법자들이 나타났는데, 모두 활과 화살을 갖고 있었다. 병사들이 멈춰서 스티븐 경 주위를 둘러 보았다. 로빈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참한 엘렌은 이 늙어빠진 기사분과 결혼할 수 없겠습니다.’그가 주교에게 말했다. ‘참한 엘렌은 이미 데일의 알란과 약혼을 했습니다.’

그때, 데일의 알란이 앞으로 나서서 엘렌과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스티븐 경은 매우 화가 났다.

‘자네가 고르게,’그가 엘렌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자네는 딸이 기사랑 결혼하길 원하나 범법자 놈이랑 결혼하길 원하나?’

‘제 딸은 기사랑 결혼해야 합니다.’ 엘렌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 아이는 스티븐 경, 각하와 결혼할 겁니다. 우리가 동의한 대로.’

하지만 그 때 엘렌이 말했다. ‘아니오, 아빠. 난 데일의 알란과 결혼하고 싶어요. 스티븐 경이 아닌 그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조용해라, 이것아.’아버지가 말했다.‘너는 네가 왜 스티븐 경과 혼인해야 하는지 알잖느냐, 내가 200 크라운을 빚지지 않았니.’

로빈이 작은 존을 불렀다. ‘스티븐 경을 위한 돈을 가져오게.’그가 말했다.

작은 존이 로빈과 스티븐 경을 향해 걸어왔는데, 손에는 두 개의 돈 자루를 들고 있었다.

‘이 포대 속에 200 크라운이 있어.’로빈이 스티븐 경에게 말했다. ‘그걸 가지고 엘렌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주게나.’

스티븐 경은 로빈을 잠시 쳐다보더니 팔을 뻗어 돈을 채어갔다.

‘범법자 놈들과는 얘기하지 않겠다.’그가 데일의 알란에게 말했다. ‘내가 돈을 가졌으니 자네는 여자를 챙기게.’

그리고 스티븐 경은 말을 돌려 가버렸다. 병사들도 그를 따랐다.

로빈이 주교를 보았다. ‘그러면,’로빈이 말했다. ‘참한 엘렌은 데일의 알란과 결혼해야 겠군요. 친애하는 주교님, 결혼시켜 주시겠습니까?’

‘자넨 누군데?’주교가 물었다.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셔우드 숲의 로빈 훗입나이다.’

‘신이여, 우리를 악으로부터 가호하소서! 난 범법자를 결혼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턱 수도사님이 참한 엘렌과 데일의 알란을 결혼시켜 주시죠. 그리고 나서 모두 숲으로 가서 축하연을 엽시다.’

그렇게 턱 수도사는 로서데일의 교회에서 데일의 알란과 참한 엘렌을 결혼시켰고, 그리고 나서 모두 성대한 파티를 위해 숲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우리 주교 각하께선 오늘의 특별 초대 손님이십니다.’로빈이 말했다.

히어포드의 주교는 다른 선택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턱 수도사와 모두들과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곧 주교마저도 기분이 좋아졌는데, 턱 수도사처럼 그 역시 음식과 맥주를 좋아했고 연회엔 먹고 마실 것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맥주를 실컷 마신 주교는 마침내 춤을 추고 로빈과 다른 범법자들을 위해 노래도 부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떠날 때 히어포드의 주교는 지갑을 갖고 있질 않았는데, 로빈 훗이 그의 돈을 다 챙겼기 때문이었다.

 

 

 

14. 리 의 리차드 경

 

9월의 화창한 오후, 숲에서 식량과 나무를 모으고 있던 로빈 훗과 범법자들은 한 기사가 회색 말을 타고 숲길을 따라 오는 것을 보았다. 슬퍼 보이는 기사의 얼굴은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손님이 생긴 것 같군.’로빈이 말했다. ‘내가 말을 붙여 보겠네.’

그렇게 로빈이 길로 내려가 손을 들어 기사를 세웠다.

‘잠깐만요, 기사 나리. 저녁이나 함께 하시죠.’

기사가 로빈을 쳐다보았다. 슬퍼보이는 눈임에도 그는 웃어 주려했다. ‘자넨 누구이며 왜 기사를 길에서 세우는 건가?’그가 물었다.

‘저는 로빈 훗이라고 합니다. 들어 보신 적은 있나요?’

‘들어 보았네. 자네의 손님들은 저녁 값을 내야 한다는 것도 들었지.’

‘바로 맞습니다. 기사 나리. 그래도 저희들은 손님들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가져간 적은 없습죠.’

‘어쨌거나, 난 줄 것이 없다네.’ 기사가 말했다. ‘그러니 난 자네 식사에도 너무 가난한 손님이 되겠지. 그냥 보내주게.’

‘나리는 진실되고 친절한 기사처럼 말씀하십니다.’로빈이 말했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 하시죠. 어르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기사는 범법자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다.

‘나의 이름은 리 의 리차드 경(Sir Richard of Lea)이라네.’식사하면서 그는 말했다.‘나의 성과 토지는 성 메리 수도원장에게 저당잡혔지. 아들 녀석이 리차드 성하와 함께 팔레스타인에서 싸우고 있는데, 전하와 아들 놈을 도우려고 수도원장에게 돈을 꾸었거든. 내일 까지 갚아야 하는데 돈이 없다네. 그래서 내 성과 토지가 곧 수도원장에게 넘어가게 되었어.’

‘성 메리 수도원장에게 얼마나 빚지셨습니까?’로빈이 물었다.

‘400 크라운 정도라네.’리차드 경이 대답했다.

‘어쩌면 우리가 도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히어포드 주교가 선물을 좀 남기고 가서요. 그 선물을 선량한 기사님을 돕는데 쓰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날 노팅엄의 장관이 기스본의 기 경(Sir Guy of Gisbourne)과 함께 성 메리 수도원장을 방문했다. 그들은 앞에 놓인 문서들을 보고 있었다. ‘리의 리차드 경의 성과 토지는 매우 유용하오.’ 기 경이 수도원장에게 말했다. ‘존 왕자 폐하가 거두어들이신다면 매우 기뻐하실 것이오.’

‘기꺼이 바치겠습니다.’수도원장이 말했다. ‘그래도 일단은 돈부터 주셔야.’

‘왕자 폐하는 너그러우신 분이니,’기스본의 기 경이 말했다. ‘리차드 경의 성과 토지에 대해 당신께 충분한 돈을 지불할 것이오. 문서에 서명만 하면 곧 돈을 받게 될 것이오.’

‘지금 몇 시 입니까?’수도원장이 물었다. ‘정오까지는 리차드 경이 400 크라운을 갚을 수 있어요. 그 때까지는 문서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

‘거의 정오군요.’기 경이 말했다.‘리의 리차드 경이 돈이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내 세금 징수원들은 계속 바빴죠. 그러니 정오까지 기다릴 게 뭡니까? 자, 어서 서명 하시죠.’

‘아니.’노팅엄의 장관이 말했다. ‘수도원장이 옳아. 30분 더 기다려야 하네. 리의 리차드 경은 리차드 왕 폐하의 친구야. 그러니 우리도 주의해야지.’

‘푸훗’ 기 경이 장관에게 말했다. ‘존 왕자 폐하가 존 왕 폐하가 되면 그분의 친구들을 확실히 기억하실 걸요. 그분의 친구십니까? 아니면 각하는 리차드 왕 폐하의 친구십니까? 리차드 폐하는 어디 계시죠? 아무도 모르죠. 고국에 돌아오기나 할까요?’

그 때, 세 사람은 말들이 수도원(abbey)에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장관이 창 밖을 보니 리의 리차드 경이 보였는데, 하인 하나가 함께 있었다.

잠시 후, 리차드 경과 하인이 홀에 들어왔다. 후드를 쓴 하인은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돈은 가져오셨습니까?’수도원장이 물었다.

‘친애하는 수도원장. 나는 수중에 돈이 없소.’리차드 경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성과 토지는 제 것이 되는 군요.’ 수도원장이 대답했다.

‘정말 내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셈이오?’리차드 경이 물었다. ‘난 기사이고 국왕 폐하의 충직한 신하요.’

‘좀 봐드리죠.’수도원장이 말했다. ‘300 크라운만 주신다면 성과 토지는 당신께 돌려 드리겠습니다.’

기스본의 기 경이 잔인하게 웃어댔다. ‘이 기사 분은 돈이 없구만. 300 크라운이나, 3 크라운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어. 빚을 갚을 수 없으니 토지와 성은 존 왕자 폐하의 것이 될 걸세.’

분노로 차가워진 눈빛으로 리차드 경이 기 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수중에 돈이 없소,’그가 말했다. ‘왜냐하면 돈은 내 하인이 갖고 다니니까. 300 크라운이라고 하셨소? 아주 좋아, 딱 300 크라운만 드리리다. 더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하인이 앞으로 나오더니 망토 밑에서 돈주머니 네 개를 꺼냈다. 그중 세 개를 열어선 테이블에 300 크라운의 금화를 쏟아부었다.

노팅엄의 장관이 하인을 뚤어져라 쳐다봤다. 머리가 후드에 뒤덮여 있어서 얼굴은 명확하게 볼 수 없었다.

‘내가 전에 널 본 일이 있던가?’ 장관이 물었지만, 하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돈을 되찾았으니,’리차드 경이 말했다.‘나는 내 성과 토지를 되돌려 받겠소. 자, 문서들을 내놓으시오.’

그리고는 리의 리차드 경은 문서들을 집어 든 채 하인을 데리고 홀을 걸어 나갔다.

수도원장과 장관, 그리고 기스본의 기 경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분노를 느꼈다.

‘100 크라운을 날려버리다니.’긴 침묵 끝에 수도원장이 말했다.

‘존 왕자님은 성과 토지를 날렸소.’기 경도 말했다.

장관만은 뭔가 골몰히 생각 중이었다.

‘그 하인놈이 누군가를 닮았단 말이야.’그가 말했다. ‘양궁 대회에 나왔던 그 거지 놈이야. 내 생각에 그 하인 놈은 로빈 훗이었어!’

 

수도원밖으로 나온 리차드 경은 로빈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리차드 국왕 폐하에게 당신 이야기를 해두겠소. 로빈 훗.’리차드 경이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곤경에 빠진 기사를 도와주었는지 말하겠소. 그리고 존 왕자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뜯어내는 지도 얘기할 것이오. 리차드 국왕 폐하가 내 소식을 들으면 분명히 영국에 돌아오실 거요. 마침내 이 나라에 정의를 돌려주러 오실 것이오.’

 

 

 

 

 15. 흑기사 (The Black Knight)

 

기스본의 기 경과 노팅엄의 장관은 존 왕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셔우드 숲의 이 범법자 놈들을 잡아야 합니다.’기 경이 존 왕자에게 말했다. ‘로빈 훗 놈을 죽여야 합니다.’

존 왕자도 동의했다. ‘록슬리의 로빈은 너무 오랜 동안 골칫거리였어. 셔우드 숲에 군대를 보내야 겠군. 범법자가 백 놈이라도 천 명의 군대와 맞서 싸울 수는 없지.’

세 사람은 겨울 내내 전쟁 준비를 했다. 그들은 노팅엄에 병사들을 파견하고 무기를 징수했으며 숲에 사람을 보내 로빈과 범법자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게 했다.

그리고 봄의 첫 날, 기 경과 장관, 그리고 존 왕자는 천 명의 군대를 숲으로 투입했다. 마침내, 그들은 준비가 된 것이다. 로빈 훗을 공격할 때가 왔다.

 

그날 밤 로빈은 무서운 꿈을 꾸었다.

‘힘 센 삼림관 두 사람과 싸우는 꿈을 꿨는데,’그가 작은 존에게 말했다. ‘그들이 내 칼과 활을 뺐어가고 손과 발을 묶었어. 그중 한 사람은 정말 이상한 차림이었는데, 마치 동물처럼 보이더군.’

‘꿈은 미래를 말해주지 않지.’작은 존이 말했다. ‘우리는 잠을 자는 게 아니잖아. 주변 숲 속에 장관의 부하 들이 쫙 깔린 걸 알잖나. 그들이 도처에 있지. 우린 오늘 그들과 싸워야 해. 이건 꿈이 아니야.’

‘봄의 첫 날인데,’로빈이 말했다. ‘흰 옷의 여인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흰 옷 여자 걱정은 그만해.’작은 존이 말했다. ‘꿈이니 노래니 다 잊으라구. 장관 놈을 생각해야 돼. 그놈이 우릴 우리 캠프에서 잡으려고 하는 중이잖나.’

‘숲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겠군.’로빈이 말했다. ‘자넨 북쪽으로 가게, 난 남쪽으로 갈테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망갈 길을 찾아 놓으라고 전해주게.’

그래서 작은 존과 범법자 두 사람이 공터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작은 존 위로 그물망이 떨어지고는 병사 열명이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와 그의 손발을 묶어 버렸다. 다른 두 사람 역시 끌려갔으며, 작은 존은 그들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로빈 역시 얼마 못 가 이상한 차림의 삼림관과 마주쳤다. 그는 동물들의 꼬리로 만든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검은 모자를 쓰고 손에는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

‘저 자가 내 꿈에 나왔던 삼림관들 중 하나야.’로빈이 주홍윌에게 말했다. 그러자 주홍윌이 앞으로 나섰다. ‘넌 누구이며 원하는 게 뭐냐?’그가 낯선 자에게 물었다.

‘난 로빈 훗을 찾고 있다.’ 이상한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내가 로빈 훗이다.’주홍윌이 말했다. ‘내게서 뭘 원하나?’

‘너의 목숨.’그가 말하더니 갑자기 활을 꺼내 주홍윌의 가슴에 쏴 버렸다.

로빈 훗이 즉시 칼을 잡고 그 삼림관에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낯선 자는 빨랐다. 그 역시 칼을 빼들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자가 후드를 뒤로 제끼자 로빈은 기스본의 기 경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너의 저승사자다! (I am your death!)' 기 경이 소리쳤다.

로빈이 뒷걸음질 쳤다. 발이 땅에 걸려 넘어졌다. 기 경이 칼을 높이 쳐들고 뛰어들었다. 그가 로빈의 머리를 치려고 했지만 로빈이 몸을 굴려 피했고 기 경의 칼은 나무를 베었다.

로빈은 즉시 펄쩍 뛰면서 기 경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은 기 경의 목을 그었고, 그 이상한 망토에 피가 튀었다. 로빈이 다시 칼을 휘둘렀다. 이번엔 기 경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이제 땅 바닥에는 죽은 자가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기스본의 기 경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주홍윌이었다.

나팔 소리가 숲에 울려퍼졌다. 장관의 부하들이 캠프 근방에 가득했다. 무섭게 싸우는 소리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이 분노와 고통 속에 고함치는 소리들이 들렸다.

로빈은 캠프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기스본의 기 경의 몸에서 재빨리 망토를 벗겨 자신이 입었다. 그리고 기 경의 머리를 들어서 싸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들고 갔다.

노팅엄의 장관은 그가 오는 것을 본 첫 번째 사람이었다.

‘봐라!’장관이 소리쳤다. ‘기스본의 기 경이다. 로빈 훗 놈의 머리통을 들고 있군!’

싸움이 잠깐 멈추었다. 모두들 이상한 망토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망토는 피로 얼룩져 있었고, 머리를 쳐든 남자의 얼굴은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로빈 훗의 머리를 보아라!’그가 깊은 음성으로 소리쳤다.

‘우리도 이 자를 잡았다.’장관이 말하며 작은 존을 가리켰다. ‘내일 싸움이 끝나자 마자, 이놈의 목을 나무에 걸어 버리겠다.’

‘그놈을 내게 주시오.’로빈이 깊은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로빈이 칼을 빼들고 작은 존을 향해 걸어왔다. 손발이 밧줄로 묶인 작은 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로빈이 작은 존의 밧줄을 칼로 끊어버렸다.

‘멈춰! 뭐하는 짓이냐?’ 장관이 질책했다.

로빈 훗이 들고 있던 머리를 장관에게 던졌다. 그것은 장관 발 밑의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로빈 훗이 아니잖아.’장관이 소리쳤다. ‘기스본의 기 경이다!’

그때,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로빈과 작은 존은 범법자들의 캠프를 향해 숲 속으로 달려갔다.

‘저들이 도망치면 안돼!’장관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쫓아가라! 에워싸고 공격해! 다 죽여버려라!’

장관의 부하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로빈과 작은 존은 늙은 참나무에 등을 대고 맞섰다. 장관의 부하들이 우세했다. 그들은 너무 많았고 범법자들은 너무 적었다. 갑자기 윌 스터틀리가 병사의 칼에 맞고 로빈의 발밑에 쓰러졌다. 많은 다른 범법자들이 공터에서 쓰러져 죽어갔다.

턱 수도사는 로빈의 옆에서, 방앗간 집 머치는 작은 존의 옆에 서서 싸웠으며, 데일의 알란은 부상자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썼다.

갑자기 로빈이 나팔을 꺼내 불었다. 나팔 소리는 높고 우렁차서 마치 어느 노래의 절정과도 같았다. 바람이 그 소리를 멀리까지 퍼뜨렸다. 모두 싸움을 멈추었다.

공터의 반대편에서 낯선 기사가 등장했다. 그는 검은 말을 탄 흑기사였다. 흑기사가 노팅엄의 장관을 내려다 보았다.

‘저렇게 적은 사람들을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흑기사가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장관?’

노팅엄의 장관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기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그가 말했다. ‘우리는 범법자들을 처단하는 중입니다.’

‘누가 범법자이고 누가 아닌지는 과인이 결정하겠다.’흑기사가 말했다. ‘이제 싸움을 멈추어라.’

병사들 모두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흑기사는 리차드 왕이었다. 마침내 그가 영국으로 돌아왔다.

 

(Richard I of Plantagenet, the Lionheart - 사자왕 리차드 (1157-1199) 잉글랜드 국왕, 노르망디, 아키뗀, 가스코니 공작, 앙주, 메인, 낭뜨 백작 등등.. 열 여섯 살 때 아버지 헨리 2세에 대한 반란군을 진압하는 등 전쟁과 싸움에서 명성을 얻었으며, 폭력적인 제 1차 십자군 원정(1095)으로 서유럽이 차지했던 예루살렘 지방을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Saladin)에게 재탈환당한 것에 분개한 교황과 각국 왕들이 각국의 정규군으로 구성했던 제 3차 십자군(1189)을 이끌었다. 그리고 3차 십자군 원정에서 살라딘과 격돌한 리차드는 많은 일화를 만들며 연승했지만, 본국에서의 동생 존 왕의 배반과 다른 정치적인 문제들 때문에 살라딘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 돌아오다 존 왕과 같은 편이었던 오스트리아 국왕 (신성로마제국 황제)하인리히 6세 에게 사로잡혀 나라 전체의 가격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내고 풀려난다. 영국에 돌아오자마자 존 왕은 물론 지방 영주들 (남작들)의 반란까지 모두 무력으로 진압해서 통일한 리차드 왕은 하지만 1년도 안되어 다시 프랑스의 필립 2세가 존 왕에게 받은 노르망디, 아키뗀 지방의 자신의 영토를 되찾는 전투를 하러 나갔다가 42세의 나이로 활에 맞아 전사한다.

사자왕이라는 칭호로 더 유명한 리차드 1세는 칭호에 걸맞는 용맹함과 탁월함으로 살라딘과의 전투에서 수많은 초인적인 일화들을 남겨 중세 기사도 최고의 무사로 칭송될 뿐만 아니라 십자군의 리더로, 적국의 영웅 살라딘과 우호적인 예의를 주고 받아 ‘정의’의 상징으로 현재 영국 국회 의사당 앞에 그 동상이 남아 있을 정도이지만, 사실 그는 정치적으로 훨씬 더 탁월하고 현명했던 군주 살라딘과는 달리 적군들을 무참히 살육했으며, 프랑스 지역에서는 가혹한 정치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을 뿐만 아니라 부왕과 형제들과의 영토 분쟁으로 반역까지 하는 등 잔인한 면도 있었다. 로빈 훗 같은 민담에서 백성을 위한 왕으로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십자군 전쟁과 프랑스 전쟁, 그리고 자신의 천문학적인 포로 보상금을 위한 각종 세금폭탄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했으며, 그가 실제로 왕으로서 영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1년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담에 기초하는 로빈 훗과 그의 유쾌한 친구들(merry men)의 모험 이야기는 아서왕의 전설과 함께 영국의 가장 사랑받는 중세 영웅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다른 버전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버전에서는 리차드를 위해 싸우는 로빈 훗과 영주들에게 배신당하는 그의 죽음까지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로빈 훗의 이야기는 원래 장난을 잘 치는 도적의 ‘유쾌한’ 이야기 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버전은 로빈 훗이 리틀존, 머치, 주홍윌, 턱 수도사등 유쾌한 친구들과의 각각의 대결이나 내기에서 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심지어 노팅엄 주 장관을 빼고 로빈 훗을 이겨보지 못한 친구들은 한 명도 없을 정도.’ 탁월한 궁사이면서도 대결에서는 번번이 패하기도 하는 이런 로빈 훗의 이야기는 장난을 좋아하지만 번번이 골림을 당하기도 하는 영국 요정 이야기와 거의 동일하다. 반면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의 이야기는 독일의 빌헬름 텔 (윌리엄 텔) 의 이야기와 비슷한 민중서사의 성격도 갖고 있지만, 마지막에 정의로운 왕이 등장하는 것은 아서왕의 이야기와 가깝다. 훗날 월터 스콧의 소설 아이반호에서는 노르만인 흑기사(사자왕)와 잉글랜드인 록슬리 (로빈 훗), 그리고 색슨인 기사 아이반호가 색슨족에 대한 성전기사단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 이 소설에서 사자왕 리차드는 솔직담백하고 호탕하며, 위장한 편력기사인 흑기사이면서도, 동시에 정치보다 모험을 좋아하며, 성급하고, 불같은 성격의, 숨어있는 군주로 묘사된다.

“아무리 유쾌해도 전하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사자 새끼하고 노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사자는 조금만 자극해도 그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모두 사용하려고 할 것이니 말이오.’

 

어쨌건 간에, 여러분이 읽고있는 이 간략 버전에서는 로빈 훗 설화에서 정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스본의 기 경 (동물 (말) 가죽을 뒤집어 쓴) 과의 대결과 그에 관련된 로빈 훗의 꿈 같은 이야기들이 노팅엄 장관과의 마지막 전투와 리차드 왕의 출현과 함께 등장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경우 기 경과의 결투는 다소 독립된 형태로 등장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로빈 훗이 아니라 다수의 유쾌한 친구들을 전사시키고 있는데, 이는 이야기를 끝맺기 위해 설정한 다소 무리한 전개이다. 대부분의 경우 노팅엄 장관은 기 경과 관련해 로빈 훗과 그의 오른팔인 작은 존만을 잡으려 하고, 나중에 오히려 작은 존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또, 몇몇 버전들에서는 리차드 왕이 귀국한 후에 그를 돕는 유쾌한 친구들과 그들의 쇠락과 배신에 의한 죽음 등이 묘사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다소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기스본의 기는 원래 로빈 훗 이야기에서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현상금 사냥꾼(bounty hunter) 캐릭터 였으나 후대로 갈 수록 비중있게 되었다. 원래는 귀족도 아니며 단순한 사냥꾼으로 로빈 훗을 잡으려 하며, 작은 존에게 꿈 얘기를 하는 로빈 앞에 현실로 나타나 그를 겁먹게 하고, 덕분에 앞장섰던 작은 존이 노팅엄 장관에게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로빈과 간단히 활쏘기 대결을 한 후에 이 책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로빈에게 살해되며, 로빈은 작은 존을 구하기 위해 그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장관에게 가서 작은 존을 풀어준다. 그리고 작은 존이 주 장관을 살해한다. 하지만, 기스본의 기는 그 특이한 복장과 꿈 이야기 덕분에 로빈 훗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고, 특히 현대로 올 수록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중인데, 이러한 캐릭터가 유쾌한 평민들의 장난 중심의 이야기에 다소 마력적이고, 신화적인, 로망스적 색채를 가미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가 지닌 특이성들 덕분에 그를 지방 신화나 설화와 연관지어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로빈 훗 이야기들에서는 리차드 1세가 ‘흑기사’로 등장하지만, 실제로(?) 유명했던 흑기사는 1330년대, 즉 백년전쟁의 여러 싸움에서 전승 무패의 기록을 남겼으나 지병으로 요절한 흑태자 에드워드 (Edward the Black Prince)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에드워드가 검은 갑옷을 입었다는 것 또한 의문시되고 있다.

 

국왕 리차드는 이상한 망토를 입은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이름이 무엇인가?’국왕이 물었다.

‘제 이름은 로빈 훗입니다, 나리.’로빈이 절하며 대답했다.

‘리의 리차드 경이 그대에 대해 말해주었다, 로빈 훗.’국왕이 말했다. ‘과인은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이 도망가도록 놔두겠다. 그대들 모두 자유롭게 고향 마을로 돌아가도 좋다. 로빈 훗, 그대는 그대의 조부 처럼 기사가 될 것이다. 가문의 땅은 그대에게 돌려줄 것이며 그대는 록슬리의 로빈 경(Sir Robin of Locksley) 이라고 불릴 것이다.

로빈은 록슬리 마을로 돌아왔다. 슬프게도 아버지는 아들이 셔우드 숲에 있는 동안 돌아가셨지만, 로빈은 이제 아버지의 농장과 토지를 소유하게 되었다.

마리안 아가씨는 아직도 록슬리에 있었고 결혼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로빈을 사랑했으며 언제나 언젠가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로빈은 마리안 아가씨와 결혼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작은 존은 그들과 머물면서 로빈의 농장에서 일했고, 방앗간집 머치는 아버지의 방앗간으로 돌아갔고, 턱 수도사는 로빈 훗의 무용담을 얘기하며 전국을 떠돌았다. 데일의 알란과 참한 엘렌도 방랑생활을 했는데, 용감한 범법자들의 노래를 불렀다네.

 

리차드 왕의 귀환은 영국에 많은 것을 바꾸었다네. 왕은 노팅엄의 장관이 세금 거두는 것을 멈추었다네. 그는 영주들(barons)과 주교들(bishops)이 함부로 토지를 몰수하는 것도 멈추게 했다네.

그렇게 잠깐 동안, 영국은 평화와 부의 땅이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