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김마리 - 바람이 너를 데려와 (summer night breeze)

이박오 2023. 8. 31. 17:34

 

https://youtu.be/dK3uPvjgjkc?si=EtLsN3pHUEiwMgVs 

 

김마리 의 노래는 단정한 화음과 굳세고 빠른 진행,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다소 전형적이지만 여유있는 화음의 변조로 기분 좋은 구성을 보여준다. 즉, 노래의 진행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 성공적인 곡들에서는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진격하는 느낌이며, 한 템포 빠르게 치고 들어간 다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하게 후반부의 반복이 생략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가벼운 재즈 풍의 변주 화음 같은 것이 들어가서 무척 상쾌하다. 물론, 모든 곡이 다 그럴 수는 없으니, 김마리의 팬이라면 아마도 전 곡에 펼쳐지는 소프트 락의 시원한 느낌에 어쿠스틱 키보드의 청량함과 소녀적 감성, 그리고 통찰력 있는 가사, 거기에 더해서 번뜩이는 작은 가시 같은 쾌활함까지.. 를 장점으로 꼽을 듯 하다.

 

바람이 너를 데려와  역시 극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마치 바카롤 같이, 첫 소절에서 물결치듯 조곤조곤 시작하는 동시에 바로 단숨에 빌드업을 해서 '기억을 걷는다' 부분에서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듯한 느낌이 무척 인상적.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어둑어둑한 골목길, 혹은 시골길, 그 속의 소년 소녀. 혹은 혼자일까? 바람 속에 들려오는 듯한 노랫 소리로 은은하게 다가오는 기억. 밤과 헤어짐, 죽음과 사라짐을 예견하며 그 속에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 소리. 이 노래의 브릿지는 정말 멋진데, 마치 바람이 부는 듯한 허밍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같은 후렴구를 반복하면서 한 순간의 빛남을 남기고.

 

 

 

 

아마도 앞으로도 두 세곡 정도? 더 소개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진아를 원츄 한다며 콘서트 때마다 운다는 아티스트 치고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출어람 (개인적으로 이진아는 좀 거부감이 있다 - 특별한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그 컨셉과 스타일에서) 이라서 무척 사랑스럽다. 본인도 많은 고민과 성찰이 있는 듯.. 

 

그리고, 역시 가사가 무척 좋다. 역시 이건 애니를 많이 본 게 아닐까... ㅋ

 

 

잠이 오지 않는 밤

날 부르는 여름밤 향기에 

기억을 걷는다

 

어둠이 내려앉은 

익숙한 이 길 위로

그대가 불러주던

노래가 흐르고

 

 

바람이 널 데려오는지

두 눈에 아른거리는

반짝이던 달빛 아래 

그보다 더 빛나던 너

 

 

보랏빛 물결 따라

흘러가는 네 모습

흐린 안갯속에 넌

조금 더 멀어져